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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기(氣)의 본성

기(氣)의 본성

  내경에서의 기()는 죽거나 움직이지 아니하거나 고요하거나 굳거나 경직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활발히 움직이며 변화하는 생기 충만한 생명체 혹은 생기를 그 대상으로 한다. 이는 자연계로부터 생성된 기는 항시 변화하며 움직이고 있다. 어는 한 순간도 정지되어 있지는 않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 죽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나 식물의 씨가 발아하여 싹이 트고 점점 성장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고 열매가 떨어져 죽게 되는 자연계 사물의 성장현상은 대표적인 변화현상을 나타낸다.

 

  자연계에서 생물이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탄생 이전에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마련되어져 있어야만 한다. 그러한 생명현상의 보호 유지관리 작용은 자연계의 대표적인 기능이다. 그러므로 자연계의 작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

 

  자연계의 모든 사물의 변화는 천지의 기가 오르고 내리는 수승화강의 작용’,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천지교태(天地交泰)[주역의 지천태(地天泰)]로부터 시작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내경에서도 선언하고 있는데, ‘내경 육미지대론편에는 ()의 승강은 천지의 번갈아 행함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에 있던 기()가 위로 올라가고 천()에 있던 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하늘과 땅의 상호작용은 기()의 승강(昇降)을 불러일으켜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삼라만상의 각종 각양의 변화를 야기한다.

 

  그러한 기()의 승강이라는 변화 속에 사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밤낮의 변화, 한 달의 변화, 사시 즉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 등등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기()의 승강은 단발성이 아닌 순환작용을 하게 되어 매 시간 공간 속에 기()의 승강이라는 순환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식물의 생육과 무성함 뿐만 아니라 무생물의 생화(生化)와 취산(聚散), 만물의 생성과 발전 그리고 변경은 모두 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어떠한 형태든 기()가 퍼지고 변화하여 흩어졌다 모였다하여 모든 것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는 천지만물의 변화는 기()의 운동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기()운동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기()를 움직이게 하는가? () 자체가 운동을 하는가? 아니면 기()의 밖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는 리()와 기()의 문제와 흡사한 문제제기가 되는 터이다.

 

 

  먼저 황제내경상의 이론에서 주는 해답은 기()에서의 운동근원은 기()의 물질세계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즉 기() 자체가 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서두에 기술한 바대로 기()는 생체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 자체가 운동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하는 과정 중에 각종의 기()와 물질[기태물(氣態物:()의 형태를 띤 물질]은 서로 제약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의 승강작용에 대한 이론은 내경의 의학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사상은 비단 내경의 이론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의 기초를 이루는 하도낙서(河圖洛書)의 근저를 이루기()도 한다.

 

  내경 상의 이론 중 인체 각 장부조직의 생리적 병리적 활동 기능은 모두 기()가 추동하여 이루어지는 현상으로 본다. 그러므로 기()는 인체의 생명유지 활동의 기본적인 물질 중의 하나이다. 이와 함께 인체 각 기관의 생명활동 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즉 간기(肝氣)심기(心氣)비기(脾氣)폐기(肺氣)신기(腎氣) 등 오장(五臟)의 각각 고유한 생체적 활동능력을 지니게 되는데, 혈액은 경맥 속에서 온 몸으로 운행하게 되는데 이 또한 그 동력의 토대는 기()가 된다. 삼초(三焦)의 생리기능에서 수곡의 정미한 생화와 수액의 대사를 총괄하여 담당하게 된다. 상초(上焦)는 안개와 같아서 호흡을 주관하고 혈맥을 주관하여 수곡의 정미한 기()를 온몸으로 퍼뜨린다.[선발숙강기능] 중초(中焦)는 물거품과 같아서 수곡을 푹 익혀 영양물질이 폐와 맥을 통과하여 혈이 되게 한다. 소화 분해된 정미립자는 기화하여 간으로 보내어 혈액 속에 첨가하여[조혈작용] 심장으로 보낸다. 하초(下焦)는 도랑과 같아서 맑은 것 탁한 것을 나누어, 폐기물을 체외로 보낸다. 이 처럼 삼초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신진대사 기능을 총괄하여 담당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기화를 통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기()의 개념은 항상 생명물질과 생리기능의 두 가지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황제내경 영추(靈樞)나 소문(素門)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자면, 자신을 지키고자하는 자는 혈기가 남으면 사(,토해내고)하고 부족하면 보(補充, 보충)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할 수 있는 생리의 조절기능이다. 구토와 설사가 바로 이런 작용인 것이다. 남으면 덜어주고 모자라면 채워주는 보사법(補瀉法)은 대부분의 의학이론에 채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철학서, 교훈서는 물론이고 명리이론에서도 적용되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중용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신()과 신기(神氣)의 개념이다. 이 신과 신기의 개념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전체 의학이론의 유기적 완성의 바탕이 될 것이다. 정기신(精氣神)에 관한 이론은 유교, 도교, 불교 등 각종 철학의 기본 이론으로 채용하고 있다. 신기(神氣)의 생리적 공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물질성의 기()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추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보기로 하자. 이외의 기(), 이른바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기(), 영위(榮衛)의 기(), 음기(陰氣), 양기(陽氣), 정기(精氣) 등등은 모두 이중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황제내경 상의 이론을 살펴보자면 사람은 기()로 이루어졌고, ()는 운동능력이 있으며, 인체는 하나의 유지적인 능동체이며 그것은 단순한 피동적으로 외부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활발한 구조적 기체(機體)를 이루어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반응을 하거나 또는 그러한 자극에 동화되기도 한다. 혹은 그러한 자극에 반작용하여 작용을 바꾸기()도 한다. 거기에다가 인식능력, 인지능력을 갖춘 사람은 의식적으로 자연계의 변화에 적응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고 양생하는 법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부단한 노력을 하면 나이에 비해 동작이 원활해지고,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내경 상의 이론으로는 병인(病因)을 분석하는 데에는 외적인 형태에 치우치지 않고 내적인 작용에도 주의하게 되는 주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즉 기()의 상태에 따라 사람의 상태도 다르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에 따라 외부의 사기(邪氣)가 인체에 일으키는 질병도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에 의거하여 내경에서는 여러 가지 치료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치미병(治未病) 사상이다. 즉 이미 병이 난 연후에 병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기 전에 미리 병을 예방하는 데에 그 치료 원칙을 설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사람의 건강은 평상시에 신체를 단련하여 양생하고 기후적 변화에 잘 적응하게 하여 미연에 병을 막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 이 모든 사항이 기()의 본연의 성정을 이해함으로써 파생되어진 이론이며 생활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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